지난 글 말미에 AMD의 공습에 맞서기 위해 Intel이 내놓은 새로운 Xeon 6 프로세서 2개를 언급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에서 코어 수와 전력 효율성이 초점을 맞춘 프로세서인 6세대 Xeon 프로세서, 코드명 Sierra Forest인 Xeon 6 E-코어 프로세서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Xeon 6 E-코어 프로세서는 AMD의 최신 EPYC 프로세서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까?
Intel도 드디어 코어 수를 대폭 늘렸다 : Efficiency Core
Intel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에너지 효율성, 그리고 병렬 처리 성능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6세대 Xeon 6 Sierra Forest E-코어(Efficiency Core) 프로세서를 설계했다. E-코어 프로세서는 기존에 Intel이 코집했던 코어 당 성능을 중시하는 설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설계됐는데,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가 되면서, 매우 거대한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는 그 어떤 분야보다 환경 보호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 이제는 데이터센터도 운영 효율성 중심의 설계가 필수 요건이 된 것이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커다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ESG 경영 및 탄소 배출량 저감 운동에 부합하고자 운영 효율성이 좋은 프로세서를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었던, 다수의 가상머신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그들의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최대한 많은 수의 워크로드를 처리하고 싶어했다. 즉, 클라우드에서 운영되는 워크로드의 병렬 처리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한번에 많은 일을 하려면 당연히 코어 수가 많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래서 Intel은 이러한 두 가지 수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과 동시에 많은 워크로드를 운영할 수 있는 병렬 처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준비한다. 핵심은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 동시에 다수의 코어를 장착하여 데이터센터의 상면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개발하는데, 그것이 바로 E-코어 프로세서다.

Xeon 6 E-코어 프로세서는 컴퓨트 다이는 3nm 급의 최신 Intel 3 공정을, I/O 다이는 Intel 7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패키징되었다. 는데요. 가장 큰 특징은 프로세서의 코어 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64개 – 144개의 물리적 코어를 지원하며, TDP(프로세서가 소비하는 전력의 양)는 64코어 프로세서가 205W, 144코어 프로세서는 330W이다. 이전의 5세대 Xeon(코드명 Emerald Rapids) 60코어 프로세서가 270W, 가장 코어 수가 많은 64코어 프로세서가 350W를 소비하는 것과 비교해 코어 밀도는 최대 2배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TDP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더 많은 코어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E-코어 프로세서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Intel은 5세대 Xeon 프로세서까지 빠지지 않고 지원되었던 Hyper Threading(하이퍼스레딩) 기술을 E-코어 프로세서에서 빼버렸다. 논리적으로 2개 코어가 동작하도록 지원하는 하이퍼스레딩은 모든 작업에서 2개의 논리적, 가상 코어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텔은 하이퍼스레딩을 과감하게 없애고 확실한 물리 코어 수를 최대화시켜 프로세서의 작업 코어 당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Intel Xeon 6 E-코어 프로세서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효율성에 몰빵한 E-코어 프로세서

데이터센터, IT 인프라 운영에 있어 지속 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화두다. 단어가 좀 어려워서 그렇지, 지속 가능성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데이터센터를 더 적은 전력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이 지속 가능성을 위해 기업들은 서버 가상화 기술을 사용해 노후화된 서버들을 소수의 최신 서버로 통합하고, 서버 자원 활용률을 끌어올려 상면 공간을 절약해 왔다.
그래서, Intel Xeon 6 E-코어 프로세서 도입을 가상화 기술처럼 접근해 보자. 물리 코어 수가 워낙 많으니 기존에 활용하던 Xeon 2세대, 3세대 프로세서 기반 서버들, 나아가 나온지 10년도 훨씬 넘은 Xeon 구세대 프로세서 기반 서버들을 다수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마치 서버 가상화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처럼 최신 Xeon 6 E-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로 갈아타면 된다.
10여년 전부터 유행했던 서버 가상화는 물리 서버의 평균 서버 자원 활용률이 30%도 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서버의 자원 활용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한대의 서버에 3대 이상의 가상 머신을 올려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자원 활용률에 따라 최대 1:10까지 서버를 통합할 수 있다는 가상화 솔루션 업체의 제안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걸 구현하기 위해 기업들은 Intel의 최신 프로세서를 갖춘 서버를 도입해야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노후화된 서버는 물리 코어 수가 적으니, 가상화 기반의 vCPU를 많이 만들기 위해 코어 수가 많은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로 갈아타야 했던 것이다.

Intel Xeon 6 E-코어 프로세서가 이런 상황에 알맞다. 보통 19인치 표준 랙에는 UPS 전원장치, 네트워크 스위치, 방화벽, 스토리지, 시스템 모니터링을 위한 모니터 등이 함께 설치되기 때문에 하나의 랙에 대략 5~6개의 서버를 설치한다. 만약 1개의 랙에 2U 서버 6개를 설치한 랙 9대를 전산실에서 운영하는 기업이 있다고 해자. 이 경우 2U 서버는 보통 2소켓 서버가 일반적이니, 이 전산실에 설치된 총 코어 수는 Intel Xeon 2세대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16 x 2(2소켓) x 6(서버 수) x 9(랙 수) = 1,728이다.
이때 서버만 Xeon 6 E-코어 프로세서 144코어 제품으로 교체하면 어떻게 될까? 144 x 2(2소켓) x 6(서버 수) x 1(랙 수) = 1,728이다. 세상에, 랙 9대가 랙 1대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건 서버 수만 따져본거고, 각각의 9대 랙에 설치된 네트워크 스위치와 스토리지를 그대로 활용하려면 2~3대의 랙은 더 필요할거다. 그래도 랙 수는 3~4대 수준으로 줄어드니 상면 공간은 1/3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상면 공간만 줄어드는게 아니다. 서버 수가 적어지니 서버에 연결할 네트워크 스위치도 줄어들 수 있다.
코어 수가 많아 상면 공간이 줄어드니 전력량도 감소한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상면 공간만 줄어든다는 것이 아니다. 서버 수가 54대에서 6대로 줄었으니 전력 소비량도 어마어마하게 절감될 수 있다. 단순히 프로세서의 TDP만 계산해 보더라도 Xeon 2세대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16코어 제품의 TDP는 100W이니 54 x 2(2 소켓) x 100W = 10,800W = 약 11KW다. 반면 Intel Xeon 6 E-코어 프로세서 144코어 제품을 사용한 서버를 도입하면 전력 소비량은 6 x 2(2 소켓) x 330W = 3,960W = 약 4KW다.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량 역시 거의 1/3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필요한 전력 량이 줄어들면, 랙에 설치하는 전원이중화를 위한 무정전 전원 장치, UPS의 수도 줄일 수 있다.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량이 이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끝일까? 아니다. 동일한 공간에 서버 랙 자체가 줄어들었고, 그 랙 안에서 동작하는 서버들의 주도 줄었으니 당연히 랙 별로 방출하는 발열도 감소한다. 그럼 항온항습기와 같은 냉각 시설도 적게 필요하니 이런 시설에 소요되는 전력량도 줄어든다. 최신 프로세서로 교체만 했을 뿐인데 전력 량을 어마어마하게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Intel Xeon 6 E-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된 서버로 교체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겠지만, 평균 서버 운영 기간을 5년, 아니 10년으로 잡았을 경우 전력 비용 + 줄어든 장비 수에 따른 추가 전력 감소(네트워크 스위치, UPS 등) + 항온항습시설 투자 감소등을 고려하면 ROI는 금새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여기에 기존에 사용하던 가상화 솔루션까지 활용한다면, 전산실 운영 비용 절감이 꽤 절감될 것이다.
물론 최신 서버를 도입하면 그에 걸맞은 다른 장비들도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모두 고려한다 하더라도 Xeon 6 E-코어 프로세서의 효율이 워낙 좋기 때문에, 구세대 제온 프로세서가 탑재된 오래된 서버를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교체할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AMD의 공습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Intel이 Xeon 6 E-코어 프로세서를 출시했다고 해서 Intel에세 장미빛 미래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AMD도 가만히 놀고만 있지는 않기 때문인데, AMD는 2024년 10월, EPYC 5세대 Turin 프로세서를 발표하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장에서 그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새롭게 발표된 AMD EPYC 5세대 Turin 프로세서는 TSMC 3nm 공정에서 생산하며, 최대 코어 수는 무려 192코어까지 늘어났다. 또 다시 Intel보다 많은 코어 수를 바탕으로 지난 2020년 초부터 자신들이 잘 해 왔던 분야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Intel도 더 이상 예전 처럼 손을 놓고 당하기만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Intel에서 발표한 로드맵이 충실이 지켜진다면, 2025년 1분기에 무려 288코어를 장착한 Xeon 6 E-코어 6900E 프로세서가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스펙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단 코어 수 경쟁에서는 더 이상 Intel이 예전처럼 AMD에 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과거 4세대 Xeon처럼 출시 연기만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 이제 Intel Xeon 6 E-코어 프로세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을거다. E-코어 프로세서는 다수의 코어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병렬 처리, 그리고 저전력 설계 기반의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성 절감을 목표로 설계된 프로세서라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런데, 앞서 Intel이 발표한 Xeon 6 프로세서에는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코드명 Granite Rapids(그래나이트 래피즈)라는 P-코어 프로세서인데, 다음 글에서 E-코어 프로세서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