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영업의 역할 중 판매와 수금에 대해 다뤘다. 그리고 말미에 수금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 대금 수금 업무가 영업 대표에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따져보자.
대금 수금에 실패했을 때 생기는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 제품 한 개의 제조 원가는 5,000만원이고, 판관비 및 기타 비용을 합치면 총 비용은 7,500만원이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1억원. 한 개를 판매하면 2,500만원의 마진이 남는다. 마진율은 25%다. 이걸 기준으로 상황을 아래와 같이 가정해 보겠다.
60일 여신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정상 수금할 경우 마진은?
이제 거래처가 60일 여신 조건(즉, 외상 거래)으로 제품을 한 개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3월 1일에 A 거래처에 제품 1개를 판매했다면, 매출은 그 날 바로 1억원이 인식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법인 통장에는 돈이 들어온 게 없고, 오히려 제조 원가 + 판관비 7,500만원이 지출된 상태다. 그래서 3월 1일 기준으로 통장 잔액은 -7,500만원이다. 그 뒤 60일이 지나 5월 1일에 거래처 A가 대금을 입금하면, 우리 통장에 1억원이 들어오게 되고, 순이익 2,500만원이 발생한다. 5월 1일 기준 법인 통장 잔액은 +2,500만원이 되는 구조다.
거래처 3곳(A, B, C)에 제품을 각각 1개씩 판매했다면?
이번엔 A, B, C 세 거래처에 제품을 1개씩 판매했다고 가정해보자. 각 거래처도 마찬가지로 60일 여신 조건으로 구매했으며, 이후 A, B 거래처는 제때 대금을 입금했고, C 거래처는 수금에 실패한 경우를 살펴보자.
거래처 | 판매 수량 | 판매가(매출) | 비용 | 수금액 | 마진 | 누적 통장 잔액 |
---|---|---|---|---|---|---|
A | 1개 | 1억원 | -7,500만원 | 1억원 | +2,500만원 | +2,500만원 |
B | 1개 | 1억원 | -7,500만원 | 1억원 | +2,500만원 | +5,000만원 |
C | 1개 | 1억원 | -7,500만원 | 0원 | -7,500만원 | -2,500만원 |
즉, 총 매출은 3억원이지만, 실제로 수금된 금액은 2억원뿐이다. 총 비용은 2억 2,500만원(7,500만원 × 3)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2,5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셈이 된다.
수금에 실패할 경우 얼마나 팔아야 손실을 메꿀 수 있을까?
이처럼 제품 3개를 팔고 1개에 대해 수금에 실패하면, 전체적으로 손해가 된다. 그럼 이 손해를 메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품 1개를 더 팔고, 그에 대해 정상적으로 수금을 받아야 한다. 정상 수금 제품 3개 × 2,500만원 = 7,500만원 → 손해 본 제품 1개 비용 7,500만원을 딱 메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제품 4개를 팔고 그중 1개 수금 실패하면 실제 마진은 0원이 된다.
만약 4개를 팔고 3개나 수금에 실패했다면?
- 수금된 제품: 1개 → +2,500만원
- 손해 본 제품: 3개 → -7,500만원 × 3 = -2억 2,500만원
- 총 마진 = -2억원
이 손해를 복구하려면? 제품 8개를 더 팔고 전부 정상적으로 수금받아야 한다. 제품 1개 당 마진 2,500만원 × 8 = 2억원이니 3개 제품에 대한 손실을 복구할 수 있다. 이렇게 수금에 실패하면 그에 대한 손해가 막심하기에 복구하려면 훨씬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정상적으로 수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업대표에게 판매 못지 않게 수금이 중요한 이유다.
대금 수금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의 딜레마
앞서 살펴 본 수금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기업은 거래처들, 특히 처음 거래하는 곳과의 거래는 선입금 거래를 하는 편이다. 판매 대금에 대해 60일 여신을 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거래처에서 판매 대금을 입금하면 그제서야 제품을 공급하는 거다. 그럼 제조사 영업대표 입장에서는 수금 리스크가 없는 셈이다. 판매 대금을 먼저 받았으니 말이다.
제조사의 선입금 요구 vs 거래처의 여신거래 요구
하지만 문제는, 기업 간 거래에서 이런 경우는 첫 거래 외에는 성사되기 어렵다. 만약 거래처가 규모가 꽤 크고 평판이 좋은 기업이라면? 첫 거래라 할 지라도 선입금 거래를 안하려 들 것이다. 특히 제조 기업보다 제품을 사가려는 기업의 규모가 클 경우에는 갑과 을이 뒤바뀌는 상황이라 제조사도 어쩔 수 없이 첫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여신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자. 중소기업 영업대표가 대기업 거래처에 가서 제품을 판매하려는데, 선입금해 주셔야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면? 대기업 거래처의 구매 담당자는 콧방귀를 뀌며 그 제품 안산다고 할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딜레마가 존재한다. 제조 기업은 수금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입금을 제시하지만, 상대방 역시 자신들의 운영 방식을 이야기하며 여신 거래를 원하는 것이다. 이걸 잘 협상해서 거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판매를 성사시키는 것이 영업대표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더 많은 매출을 원하는 영업팀 vs 리스크를 줄이고 싶은 재무팀
이런 경우도 있다. 많은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영업팀은 어렵게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해서 제품을 판매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회사 재무팀, 관리팀에서 제지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거래처 신용 상태가 보장되지 않으니 보증을 받아오던지 아니면 선입금을 받아와야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
이 조건을 가지고 영업대표가 거래처를 방문해서 얘기하면 거래처 중 열에 아홉은 그럼 우린 당신과 거래 못한다고 나온다. 그래서 난감해진 영업대표는 다시 회사 내부의 재무팀과 협상한다. 이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 재무팀의 입장은 회사 리스크를 줄이자는 것이고, 영업의 입장은 실적을 올리자는 것이라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기 때문.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번 수금에 실패하는, 채권 사고가 터지면 그 손해가 매우 막심하므로 거래처 신용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거래는 안하는 게 더 낫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영업대표 입장에서는 매출을 열심히 할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열심히 해봐야 재무팀에서 허가를 안해주니 매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할 따름인 것. 그래서 이 둘 간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참 어렵다.
영업대표에게 수금은 숙명이자 의무다
관리가 빡빡한 기업일수록 영업대표가 밖으로 영업하러 다니는 시간 보다 안에서 이렇게 재무팀, 관리팀과 여신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소보로빵도 과거 영업대표 시절에 담당하던 거래처 중 가장 많은 실적을 거두는 거래처는 늘 여신 기일을 훌쩍 넘겨 입금하는 상습 연체 업체였고, 월 말이 되면 거래처 가서 임원진 옆에 붙어다니며 분할 상황을 부탁하는 것이 일이었다.
한번은 이런 업무가 너무도 짜증이 나서 팀장에게 불만을 표했더니 아직도 기억나는 팀장님의 한마디가 있다. 바로 ‘야, 영업의 꽃은 수금이야’이다. 앞서 언급했던것 처럼 한번 터진 채권 사고를 만회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업팀 팀장은 팀원들의 매출관리 뿐만 아니라 수금 관리도 철저히 한다. 마찬가지로 영업 대표도 내부 영업 회의 때 이번달에 내가 할 매출은 얼마고,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얼마고 수금 금액은 얼마다라는 보고를 철저히 해야 한다. B2B 세일즈, 영업대표에게 수금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지금까지 영업대표의 역할, 업무 중 수금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영업의 미덕은 무조건 매출을 많이 해 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매출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금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대기업이라면 아예 전담 수금 부서가 있어서 영업대표가 수금에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수금이 제대로 안된다. 오죽하면 전문 채권 추심 업체가 있겠는가. 그리고 슬로건도 무시무시하다. ‘고려할 수 있을 때 고려하세요’라니 말이다.
다음 글에서는 영업대표의 또 다른 중요한 업무, 임무인 ‘신규 거래처 발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마케팅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사실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영업대표가 일부 마케팅 업무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