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들에서 영업의 역할 중 판매 업무와 대금 수금 업무에 대해 다뤘다. 이번 글에서는 B2B 세일즈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거래처 관리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거래처는 우리 회사 제품을 납품하는 곳을 뜻한다. 즉, 우리 회사에서 제품을 사가는 또 다른 기업이다. 그들은 우리 회사의 제품을 가져다가 자신들만의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 팔거나, 우리가 만든 제품에 자신들의 마진을 추가해 팔기도 한다. 이러한 거래처를 관리하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신규 거래처 발굴, 두 번째는 기존 거래처 관리다. 먼저, 신규 거래처 발굴 업무에 대해 알아보자.
신규 거래처 발굴은 말 그대로 새로운 거래처를 만드는 업무다
신입 영업대표의 주요 미션 : 신규 거래처 발굴
B2B 세일즈의 핵심은 역량있는 거래처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다 역량있는 거래처란 매월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거둘 수 있는 거래처를 의미한다 그래서 보통 베테랑 영업대표들은 이러한 역량있는 거래처 몇개로부터 많은 매출을 발생시켜 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입 영업대표는 이러한 역량있는 거래처를 할당받지 못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렵다. 물론 신입 영업대표의 목표는 베테랑 영업대표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 영업대표는 거래처 수가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신입에게 주는 가장 큰 미션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기존 거래처들을 관리하는 것, 그 거래처들의 매출 규모를 키우는 역할은 기존의 경력 영업대표들의 몫이니, 신입에게는 새로운 거래처를 뚫어오라는 미션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신입 영업대표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는 영업실적 보다 신규 거래처 수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신규 거래처 발굴 프로세스
그렇다면 신규 거래처는 어떻게 발굴해야 할까? 일단 선배 영업대표들의 거래처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업체의 리스트를 정리한다 그리고 그 리스트의 업체들에 우리 회사와의 비즈니스를 제안하는 자료를 만들어 연락을 돌린다. 이런 연락에 이메일을 활용하면 ‘콜드메일’, 전화를 하면 ‘콜드콜’이라고 부른다. 보통 콜드메일만 보내서는 연락이 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일단 회사의 대표 이메일 주소로 자료를 보내고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본인은 어느 회사의 누구인데 A 사업을 담당하는 분과 통화를 원한다고 알리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제안하고 싶다며 만남을 요청한다.
보통 이런 방법으로 거래처를 발굴하는 영업 행위를 하는 경우 10군데 전화하면 2군데 정도는 만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이 수치는 소보로빵의 17년전 경험이고, 지금은 다를 수 있으며, 업종마다 수치가 더 낮을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아무튼 이러한 활동을 통해 거래처 담당자와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일정을 정해 거래처에 방문하고, 우리 회사 제품 소개 + 귀사와 함께 하고 싶은 이유를 담은 비즈니스 제안 미팅을 가진다. 만약 이 제안에 거래처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제품 매입가와 결제 조건을 협상하게 된다.
신규 거래를 트기 위한 핵심 비결은?
사실 정답과도 같은 핵심 비결은 없다고 생각한다. 영업대표마다 비즈니스 스타일이 다를 뿐더러, 거래처의 담당자들도 각자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규 거래처 발굴 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이 있긴 하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핵심은 바로 우리 회사가 거래처 회사에 어떠한 사업적 이득을 얼마나 안겨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다.
거래처 입장에서 우리 회사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닌, 우리 회사 제품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초에 그냥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할 것이라면 거래처가 아닌 고객이 될테니 말이다. 즉, 우리 회사의 거래처가 되는 순간, 거래처와 우리는 비즈니스 동반자 관계가 된다.
그래서, 거래처 담당자, 나아가 거래처 사장은 이번 비즈니스가 우리 회사에 얼마만큼의 이득을 가져다 줄 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이 때 단기적 관점, 장기적 관점에서 따져볼 수 있는데,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소보로빵의 지난 17년 동안의 경험 상 단기적인 관점에서 당장의 이익만 보고 협상에 임하는 거래처와는 그다지 관계가 오래 가지 못했다. 단발성 거래로 끝나는 것이 다반사였고, 마무리도 좋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기적 이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혹여 ‘당장의 이득은 크지 않겠지만, 우리 제품을 믿고 거래를 시작해 주시면 향후 1년 3년 안에 이 정도의 이득이 생길 것입니다’라는 형태의 제안은 필패 전략이다. 거래처는 자선사업가들이 아니다. 당연히 단기적 관점에서도 이득이 명확해야 함은 물론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따라서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한 제안 미팅에 임할 때에는 단기적 관점은 물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얼마만큼의 이득을 거둘 수 있고, 이러한 사업적 이들을 위해 영업대표 본인과 회사가 어떤 지원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저를 믿고 딱 1년만 투자해 주시면 2년차 부터는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의 큰 수익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라는 멘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먹히는 거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거래처의 실적을 늘리는 것이 기존 거래처 관리다
1년에 한 두번 거래하는 곳은 기존 거래처가 아니다
신입 영업대표의 가장 큰 미션은 신규 거래처 발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는 신입에게 무조건 나가서 거래처를 발굴해 오라고만 하지 않는다. 어쨌든 신입도 우리 회사 일을,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야 하며, 이건 기존 거래처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통해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회사는 신입에게 몇 개의 기존 거래처를 할당하고, 선임을 붙여서 일을 가르친다. 선입 영업대표가 자신의 기존 거래처를 다닐 때 신입을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키고, 회사에 돌아와 그 거래처의 특성과 우리 회사와의 관계 등을 알려준다.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아예 신입에게 거래처 관리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 이렇게 선임에게 거래처를 넘겨 받았다. 이제부터 신입의 기존 거래처 관리 업무가 시작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선임에게 배운 대로, 인수인계 받은 대로만 하면 될까? 안타깝게도 선임 영업대표들이 신입에게 넘겨주는 거래처들은 많으면 분기에 한번, 1년에 서너번 정도의 거래가 있는 거래처들이 일반적이다. 매월 꾸준하게 매출이 발생하는 알짜 거래처를 신입에게 넘겨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물론 그래서 신입의 매출 목표가 낮은 편이긴 하다.)
따라서, 신입 영업대표의 기존 거래처 관리 업무는 이러한, 가끔 매출을 올려주는 거래처들이 더 자주 우리 회사 제품을 사갈 수 있게끔 키워내는 업무다. 거래처에 자주 찾아가 담당자들과 친분을 쌓은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꾸준히 매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거래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 제품을 자주 사가고 싶지만 거래처도 제품을 판매할 고객이 많지 않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을 사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얘기는 반대로 말하면, 거래처가 제품을 판매할 대상, 즉 고객이 많다면 우리 회사 제품을 많이 사갈 수 있다는 것, 즉 이 거래처로부터 매출을 많이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거래서 관리의 핵심 덕목은 그 거래처의 사업 판로를 뚫어주는 것이다. 거래처가 기존에 잘 판매해오던 채널 혹은 고객층이 있다면, 그건 딱히 건드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신입 영업대표는, 거래처에게 새로운 판로를 제안해야 한다. 그 동안 거래처가 진출하지 못했던 분야, 판매하지 않았던 고객층을 발굴하고, 판매 전략까지 제시해 준다면 이를 마다할 거래처는 없을 것이다. 단, 그 판매 전략이 거래처 담당자와 경영진의 귀를 솔깃하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단순히 거래처에게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도전해 보자고 읍소한다면 움직일 거래처는 하나도 없다. 거래처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오는 분야가 있는데, 굳이 왜 힘들게 안하던 짓을 해서 새로운 판로를 뚫어야 하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래서 신입 영업대표는 신규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때 제품 공급가를 추가적으로 할인해 준다던지, 본사, 즉 제품을 공급하는 우리 회사가 직접 그 새로운 시장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가망 고객을 발굴해 준다던지, 아니면 거래처의 판매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해 준다던지, 혹은 신규 시장 판매 건에 대해서는 여신 기일을 더 늘려준다와 같은 당근책이 필요하다.
B2B 세일즈에서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한 회사가 아니고서는, 이러한 신규 시장 개척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다. 일단 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판단해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시도를 신입 영업대표가 직접 해서 먼저 경험하고 가능성을 본 다음 거래처에 제안해야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B2B 세일즈에서 거래처들은 밥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술 앞에 가져다 줘야만 그제서야 입을 벌리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 영업대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거래처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회사에서 신입에게 바라는 기존 거래처 관리에 대한 미션이다.(물론 이 미션은 선임 영엽대표들에게도 주어진다.)
수금 관리도 놓치면 안된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쌓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다뤘던 수금이 중요한 이유, 잊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기존 거래처에게 신규 시장 개척을 신나게 제안해서 과거에 없던 매출을 만들어 냈다면, 이는 분명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존 거래처에서 수금이 늦어진다거나 지장이 생긴다면 이 또한 매우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수금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자주 거래처를 방문하고 직원 및 경영진과 친분을 쌓아 그 거래처의 재정 상태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느냐다. 거래처의 실적이 좋아야 우리 회사로 판매 대금을 바로 바로 입금해 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거래처에서 여신 기일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여부다. 입금일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가 점점 늘어나거나, 약속된 기일에 대금 지급이 안되는 일이 잦다면? 그런데 거래처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면? 우리 회사에 줄 돈은 뒤로 미룬 채 그들 입장에서 급히 지급해야 할 곳 위주로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회사를 호구로 보고 가장 늦게 돈을 주고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이런식으로 일부러 신입 영업대표를 길들이는 거래처가 있기도 하다. 본인도 과거 경험했었는데,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대금 지급을 일부러 미루거나 며칠 연체를 함으로써 신입 영업대표를 곤란하게 만드는 거다. 그리고 이걸 무기로 삼아 신입에게 더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거래처도 있다.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신입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괴롭다.
그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이것이야 말로 정답이 따로 없는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일이기에, 신입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주 거래처를 방문해서 거래처 직원들과의 친분을 쌓고 신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신뢰는 거래처의 어려움을 신입 영업대표가 대신 해결해 주었을 때 특히 많이 쌓인다. 거래처의 여신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가장 흔한데, 무엇이 됐든 거래처 직원의 어려움을 해소해 준다면 점수를 많이 딸 수 있을 것이다. 단, 거래처 직원의 개인적인 어려움이 아닌, 회사 차원의, 업무 상 어려움을 해결해 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금까지 거래처 관리에 대해 알아봤다. B2B 세일즈를 하는 영업대표에게 중요한 두 가지 업무, 매출과 수금 이 두 업무가 거래처 관리에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B2C가 아닌 B2B 세일즈는 영업이 직접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것 보다 거래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품을 파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고객을 발굴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면 거래처, 파트너, 리셀러를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처들이 많아지면? 거래처 앞에 더 큰 규모의 거래처, 총판을 두는 경우도 있다.
다음 글에서는 B2B 세일즈에서 거래처가 아닌 고객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처음 시작할 때 보통 직접 고객을 발굴하는 영업부터 시작하기 마련인데, 이 때 어떤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지 알아보겠다.
끝!